명문대 학연으로 견고하게 이어진 검찰 내부의 ‘라인’에는 지잡대 출신 태춘이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매일 밤 야근하며 매스컴을 탈 수 있는 한 방 있는 큰 사건을 열심히 파헤쳐 봤지만..
윗선에선 이러저러한 핑계로 수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늑대무리에 끼고 싶은 배고픈 아웃사이더 태춘에게 어느 날 익명의 제보서류가 도착한다.
겁 없이 달려든 태춘의 수사에 커넥션은 작동하기 시작했고..
그토록 잡고 싶었던 ‘라인’은 그에게 달콤한 회유의 술잔을 건네 왔는데..
고민하는 태춘 앞에 10년 만에 돌아온 외삼촌 은용이 자신의 손을 잡으라 말한다.
서울지검 7층 특수부. 그 곳에 오르기를 꿈꾸는 말석검사 장태춘,
커넥션의 술잔을 받을 것인가. 은용의 손을 잡고 맞서 싸울 것인가.
외고-서울법대, 21살의 나이에 사법고시 소년급제, 연수원 차석, 법무관, 서울지검 초임발령..
흠잡을 데 없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특수통 라인의 핵심 브레인으로 성장했다.
초임검사 시절부터 수사가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특히 언론을 다루는 솜씨는 일품이다.
어떤 사건을 갖다줘도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능력이 탁월해 검찰 내에선 황쉐프로 불린다.
3년 전. 리드미컬한 실력을 발휘해 요리했던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으려한다.
예습 복습 철저히 했다는 모범생 준경은 격한 복수심으로 목숨 걸고 달려들었고,
지잡대 출신 주제에 큰 사건 한 방으로 뜨고싶은 말석검사 태춘은 겁도 없이 덤벼들었다.
괜찮았다. 만만치 않으나, 약점을 알기에 어렵지 않은 상대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편’이라며 나타난 돈장사꾼 은용.
그 놈의 변칙 플레이가 상당히 까다롭다.
불의의 일격을 당해 대분노했으나, 이내 냉정을 되찾고 잔인한 반격을 준비한다.
적에게 보낼 존경따윈 없다.
지독한 싸움이라면, 더욱 질 수 없는 승부다.
기업 사채시장의 큰 손, 명인주 회장.
명동신사라 불리지만, 신사답지 못 한 비지니스로 악명이 높다.
명회장이 돈장사에서 결코 손해보지 않는 이유는,
무조건 돈을 버는 구조를 설계해 두고 금고문을 열기 때문이다.
모든 주가조작은 오너와의 결탁, 혹은 묵인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면, 내부자들과의 공모를 통해 찍기, 꺾기, 패대기 등의 기술이 들어간다.
그의 먹잇감이 된 회사는 결국 부도처리 되고 상장폐지 수순을 밟지만,
그의 금고엔 사실상 추적이 안 되는 십만원권 수표가 가득 쌓인다.
그리고, 이 모든 ‘사기적 부정거래’는 최종적으로 수사를 덮어주는 엘리트 검찰 권력과의 수익공유로 완성된다.
명회장의 수익은 타이밍 탁월한 감각도,
타고난 돈복의 운빨 덕분도 아니다.
‘탐욕의 카르텔’을 구축하고 관리한 ‘인과율’이다.
은용에게 맑은 하늘같았던, 기억하기에 유일하게 좋은 ‘어른’이었던 그녀.
호스피스 요양원에서 마지막을 준비하겠다는 남편에게
“존엄하게 사는 삶은 있어도, 존엄하게 죽는 것 따윈 없어!”라며 화를 냈던 그녀였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선택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대학시절, 민주화 투쟁의 마지막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공학도였던 남편과 결혼하면서 벤처 사업가로 변신했다.
‘우리 사주’제도를 도입해 직원들과 수익을 공유하며, 진취적인 열정으로 회사를 키워나갔는데..
정치인이 된 손장관과의 인연으로 음모의 희생양이 되었다.
은용의 표현에 따르면, 형 부럽지 않은 누나다. 고아로 버려진 남매의 소녀가장답게 돈버는 일은 뭐든 했지만, 자존심은 절대 잃지 않았는데.. 평생 술을 마셔 돈을 벌었던 그녀는 태춘이 사법고시 합격한 날, 알콜성 치매 판정을 받았다. 과거의 기억 속에 사는 그녀의 세상에는 아들 태춘과 동생 은용이 전부다
워싱턴 로비스트 출신으로 한국 자본시장에서도 정재계의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그녀는 ‘홍선생’, 혹은, ‘홍마당’이라 불린다.
탁월한 로비력에 비해, 투자는 했다하면 마이너스의 손이었던 그녀는
은둔형 투자자인 은용과는 서로를 보완해주는 최고의 파트너다.
정년퇴직을 앞둔 그의 검찰에서 수사이력을 적어보면, 그대로 대형 금융범죄 수사의 연표가 완성된다.
매사 시큰둥한 태도와 달리, 맥을 짚는 수사는 감각적이고, 정치적 판단은 예리하다.
황기석과의 악연으로 특수부를 그만두고 월급루팡으로 지냈으나,
태춘의 열정 앞에 느리게 기지개를 켠다.
기석이 차석을 했던 해의 ‘연수원 기수’ 수석이 함진이다.
무려 임신한 몸으로.
검사로서의 라인이 결정되는 9년차, 인사발령지인 서울지검에서 기석과 다시 만났다.
기석은 수사의 꽃이라는 특수부였고, 그 사이 둘째까지 출산하느라 경력이 고르지 못 했던 그녀는 형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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